ㅂㄹ상조 서류 + 면접 후기 _ 직무 배치형 (?)
ㅂㄹ 상조 서류 양식?
사실 상조 회사는 그다지 갈 생각이 없었고, 고려 사항에도 없었던 부분이었으나 교수님의 추천으로 인해 지원하게 되었다. 평소 강의 중에 보여주신 삶의 철학이 멋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현 경제 상황에 대해 분석적으로 접근하는 분이라 존경하는 몇 교수님들 안에 속하는 교수님이었다. 그래서 ㅂㄹ 상조에 지원해 보라고 하셨을 때는 다소 의아했지만 분명 발전 가능성이 있는 회사구나! 생각하면서 추천을 부탁드렸고, 입사지원까지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일단 서류 양식부터가 너무 구시대적이고, 고리타분했으며, 실망스러웠다. 요즘 트랜드인 블라인드 채용 시대에 이런 양식이라니요? 대학이나, 사진은 물론이고 부모님의 성함, 연세, 직업, 직급, 학벌 이런 것들까지 적게 되어 있었다. 대체 나의 능력과 나의 취직에 부모님의 신상 정보는 왜 필요하다는 말인가? 우선 작성을 하여 제출하였으나 어딘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었던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이력서뿐만 아니라 자기소개서도 함께 제출하였는데, 그 양식 역시 참 고전틱하다. 성장배경, 직업가치관, 사회활동경험, 장래계획. 몇 글자까지 쓰라는 말도 없는 진정한 자유 양식. 그래서 작성을 하는 동안 과연 이 서류를 읽어보기나 할까 현자의 시간을 거쳤다. 결국 제출하였는데 교수님의 추천 덕인지 서류는 금방 통과하여 면접 날짜를 받았다.
서울로 아침부터 면접 보러 가다!
처음 보는 면접이라서 무척 긴장했던 것 같다. 10시 30분 면접이었지만, 9시에 도착해서 건물 바로 앞 카페에서 면접 연습을 하고 음료를 시켜 한 잔 마신 뒤에 들어갔다. 구두가 얼마나 불편한지 걷는 게 내내 이상해서 테이프로 묶어야 하나 고민까지 했다. 그렇게 도착하니 대기하라는 말에 테이블로 안내를 받아 약 30~40분을 기다리다 면접을 보았다. 인사팀장님과, 기획팀장님이었나. 두 분이 면접을 진행하였는데 면접도 실망 + 실망이 이어지는 상황. 나는 비서팀이라고 생각하고 지원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비서팀이 아니라 오늘 면접을 통해 원하는 부서에 배치를 해주겠단다. 그래서 마케팅/홍보/영업 부서를 말씀드렸으나... 결과는 아래에서 추후 적기로 한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질문은 "그럼 술 잘 마셔요?" "술 좋아해요?' "남자친구 있어요?". 정말 충격이다. 이런 질낮은 질문을? 성차별적인 질문도 있어서 신고해야 하나 고민도 했다. 중견기업의 경우 잡플래닛에 이름만 검색해도 이직자, 퇴사자, 면접지원자들의 후기 + 별점을 볼 수 있는데, 참고로 ㅂㄹ그룹은 1.9점인가? 무척 낮은 점수를 유지하고 있었다. 가족 경영의 폐해, 직원들의 복지는 마이너스, 여자 직원들 차별 대우 등등 많은 단점들이 적혀 있었는데 퇴사자의 후기이다 보니 너무 극단적으로 안 좋은 것들은 제외하고 본다고 해도 좋은 기업은 아니라는 말이었다. 그걸 찾아보고도 아니야, 다를 거야, 희망을 가지고 면접을 보러 갔으나 결국은 실망. 기업은 면접자를 단순히 우리 회사에 들어오려고 애쓰는 사람 1로 넘기면 안 된다. 면접자가 방을 나서는 순간 입사하지 않더라도 그 기업의 잠재고객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이미지들이 모여 기업의 이미지가 된다. 이미지 마케팅을 아무리 잘하더라도 개인의 경험이 모이고 그게 누적되면 분명 돌이킬 수 없게 된다.
면접이 끝나고 면접비는 당연히 받을 수 없었고, 대신 인사팀장님과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갔다. 나는 콩국수를 싫어하는데, 나의 합불 여부를 평가하는 인사팀장님이 콩국수를 먹자고 하면 당연히 좋아한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것도 사회 생활의 시작이다, 생각하며 같이 입사 지원을 한 사람과 함께 식당으로 향했다. 그리고 면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알 수 없었다. 군대 이야기가 시작되었기 때문.... 결국 한두 젓가락만 먹고 두 분이 먹는 것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정말이지....
면접이 끝나고 합격... 했으나 BYE
면접이 끝나고 1주일이 지났다. 연락이 없길래 불합격인가? 막연하게 생각하고 다른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집으로 오는 길에 전화를 받았다. 합격하였으니 당장 내일부터 출근을 하란다. 이게 말이 되는 건가. 그것도 목요일에 전화를 주고, 금요일 당장 출근을 하라니? 금요일에 전화를 주고 다음 주 월요일부터 출근하라는 것도 아니고.... 나로서는 너무 당황스러워서 그럼 근무 부서는 어떻게 되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갑자기 기획팀이란다. 마케팅 영업도 아니고 홍보도 아닌 기획전략실. 그래도 분명 메리트가 있는 부서이기에 알았다고 말씀드리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2시간이 지나 또 전화가 왔다. 이번에는 아무래도 1주일 있다가 출근하란다. 그래서 연봉은 어떻게 되냐고 물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5000이나 낮았다. 충격과 공포가 아닐 수 없지. 청년 내일 키움? 채움? 통장 여부도 물었는데 그런 것은 없단다. OMG 그래도 기획전략? 기획조정실에서 경력을 쌓을 수 있다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도전이고, 도전은 곧 경험이고, 경험은 곧 미래의 양분이 될 테니까! 근무 부서를 재차 확인하기 위해 기획조정실로 1주일 뒤부터 출근하면 되겠냐고 물어보니 또 기획팀이 아니란다.... 또 재배치가 되었단다. 그래서 총무팀으로 가라는데 정말 모든 의욕이 순식간에 식었다. 나는 총무 회계에서 커리어를 쌓을 마음도, 경험을 할 생각도 없는데. 물론 재무 회계 지식이 미래에 도움이 되겠지만, 그래도 너무 실망스러웠고, 지금 입사 전부터 이렇게 자주 말이 바뀌고, 제대로 정해진 것이 없는데 입사해서는 또 얼마나 바뀌고, 혼란스러울까. 마음이 착잡했다. 결국 합격하였음에도 입사하지 않았다. 나의 첫 면접이었고, 최악의 면접이었다. 하지만 분명 도움이 된 것은 있었다. 현재 아무리 청년 일자리가 부족하고, 취업이 어려운 시대라고 하지만, 나만의 직장 구하는 잣대, 기준, 보는 눈 같은 가치관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그것을 배웠으니 나름 값진 성과 아닌가?
모든 경험은 미래의 양분이 된다는 마음으로 후기를 작성하며, 그날의 기억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면접에 대한 질문은 댓글로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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