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이병률, 여행 산문집    /책 선물 받음
사랑은 사람이 하는 일 같지만 세포가 하는 일이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것도 그 사람이 내뿜는 향기와 공기, 그리고 기운들에 불쑥불쑥 반응하는 것이지 않던가. 사랑은 그래서 일방적인 감정으로만 구성되어 있지 않은가.
이러면 어떨까요. 모두를 던지는 거예요. 그 다음은 그 이후의 모두를 단단히 잠그는 거예요.
묻고 싶은 게 많아서 당신이겠다.
그때까지 내게 아무도, 생기지 않을지도 모른다. 괜찮다. 오래 그리워했던 것을 찾아 나서기에는 언제나처럼 혼자여도 좋겠다. 다만 겨울이면 좋겠다.
당신이 행복할 것이니, 난 미안하지 않습니다.

아, 어떻게 저렇게 고요하고도 벅차게 한 사람을 바라볼 수 있을까요. 이 집에서 나는 평생 가슴에 지닐 그림 한 장을 완성하고 말았습니다. 아주 귀한 그림을 얻고 말았습니다.

우리가 사랑을 하면서 이토록 힘이 드는 건 행복을 바라기보다 맨 앞에다 자꾸 사랑을 앞세우기 때문입니다. 기코우에 한번 가 보세요. 거참 사랑, 별거 아니데요, 라는 생각으로, 사랑 참 우아하고도 먼 길이데요, 라는 생각으로 술을 조금은 많이 마시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상이 아름답다는 걸 알기 위해선, 높은 곳일수록 좋다.
세상 그 어떤 시간보다도, 지금 우리 앞에 있는 시간이 좋다.

나는 너를 반만 신뢰하겠다. 네가 더 좋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나는 너를 절반만 떼어내겠다. 네가 더 커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예멘의 성인 남자들은 모두 배꼽 바로 밑에다 칼을 차고 다닌다.
문득 아니 오래전부터 난 참 사랑을 못하는 사람이란 생각을 하곤 한다. 아무리 목숨을 걸어도 목숨이 걸어지지 않는, 일종의 그런 운명 같다. 이래서 사람이 안 되는 것도 같고 아무도 나를 사랑할 것 같지 않으며 사랑이 와도 바람만큼만 느끼는 것. 그래서 내 사랑은 혼자 하는 사랑이다. 사랑은 순례의 길과도 같아서 그 길을 통해 자기가 완성되어야 한다는 이기적인 속성이 있다. 아니 그 속성만 있다. 그 속성으로 구원받고자 함이 사랑이라면, 사랑한다는 말은 대단한 말이 아니라 구원받겠다는 말이다.
인연의 성분은 그토록 구체적이지도 선명하지도 않은 것으로 묶여 있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가 좋아지면 왜 그러는지도 모르면서 저녁이 되면 어렵고, 밤이 되면 저리고, 그렇게 한 계절을, 한 사람을 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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