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 증명

소설, 구의 증명, 지은이:최진영      /종이책 구매.
하지 말자는 말 자체가 담을 나쁜 애로 만드는 것 같아서. 담은 나쁜 애가 아닌데. 담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 담이와 보내는 시간은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시간. 담이 하는 것은 나도 하고 싶었고, 담이 가는 곳에는 나도 가고 싶었다. 나쁘지도 올바르지도 않은 채로, 누가 누구보다 더 좋은 사람이다 그런 것 없이 같이 있고 싶었다.
싫었다. 담을 그렇게 쳐다보는 게.
이전까지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없었다. 누군가가 담을 그런 눈빛으로 쳐다볼 수도 있다는 생각. 담을 좋아할 수도 있다는 생각. 담과 나를 놀리는 다른 놈들도 실은 죄다 담을 좋아하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내가 담이를 좋아해도 되나.
기다릴까. 기다리다 만나면 뭐라 말할까. 잘 지냈냐고 물어볼까. 너 때문에 나는 만사가 시시해졌는데 너는 사는 게 어떠냐고 물어볼까. 이 생각 저 생각을 엮으며 마음으로 구를 계속 불렀다. 하지만 집 안도 골목도 잠잠했다.

구는 내 생각을 하지 않는가보다.
심지어 구와 함께 있을 때도 구를 기다리는 기분이었고, 구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때에도 내가 구를 기다리는 기분이었다.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상대를 끝없이 기다린다는 뜻일까.
근데 그런 걸 지나간다고 말할 수 있나, 이모.
지나가지 못하고 고이는데. 고유하게 거기 고여 있는데.

'독서 추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0) 2020.03.23
언어의 온도  (0) 2020.03.20
혼자가 좋은데 혼자라서 싫다  (0) 2020.03.20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0) 2020.03.20
404 이름을 찾을 수 없습니다.  (0) 2020.03.2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