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 증명
소설, 구의 증명, 지은이:최진영 /종이책 구매. |
하지 말자는 말 자체가 담을 나쁜 애로 만드는 것 같아서. 담은 나쁜 애가 아닌데. 담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 담이와 보내는 시간은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시간. 담이 하는 것은 나도 하고 싶었고, 담이 가는 곳에는 나도 가고 싶었다. 나쁘지도 올바르지도 않은 채로, 누가 누구보다 더 좋은 사람이다 그런 것 없이 같이 있고 싶었다. |
싫었다. 담을 그렇게 쳐다보는 게. 이전까지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없었다. 누군가가 담을 그런 눈빛으로 쳐다볼 수도 있다는 생각. 담을 좋아할 수도 있다는 생각. 담과 나를 놀리는 다른 놈들도 실은 죄다 담을 좋아하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
내가 담이를 좋아해도 되나. |
기다릴까. 기다리다 만나면 뭐라 말할까. 잘 지냈냐고 물어볼까. 너 때문에 나는 만사가 시시해졌는데 너는 사는 게 어떠냐고 물어볼까. 이 생각 저 생각을 엮으며 마음으로 구를 계속 불렀다. 하지만 집 안도 골목도 잠잠했다. 구는 내 생각을 하지 않는가보다. |
심지어 구와 함께 있을 때도 구를 기다리는 기분이었고, 구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때에도 내가 구를 기다리는 기분이었다.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상대를 끝없이 기다린다는 뜻일까. |
근데 그런 걸 지나간다고 말할 수 있나, 이모. 지나가지 못하고 고이는데. 고유하게 거기 고여 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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